장애인

“청각장애인을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귀’ – 보청견(hearing dog)의 의미와 가치”

뚝방살롱 2025. 7. 13. 15:03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듣는 알람, 초인종, 자동차 소리, 전화 벨 등은 시간을 알리고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리’의 의미는 청각장애인에게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안전과 자립의 경계선이 되곤 합니다. 어떤 경고음 하나라도 듣지 못하면 일상은 순식간에 불안과 위험으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반려견이 있습니다. 바로 보청견, 즉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람의 귀 대신 소리를 전달하는 특별한 개’입니다. 보청견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의 안정과 연결을 돕는 동반자입니다. 이 글에서는 청각장애인의 삶과 어려움, 보청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 사례, 한국 제도와 지원 현황을 차례로 살펴본 뒤, 보청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 확장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청각장애인의 삶과 어려움

청각장애인은 우리에게 평범한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일상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힙니다.

예를 들어

  • 화재경보, 응급차 사이렌 같은 긴급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 초인종, 도어벨, 전화벨 같은 알림음을 듣지 못해 소식을 놓치거나 외부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 교통소음, 차량 경적 등이 없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립과 외출에 심리적 제약을 겪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비상벨, 아기 우는 소리, 전자레인지 완료음 등 일상의 작은 소리도 청각장애인에게는 인지되지 못할 수 있어 생활의 연결 고리들이 끊기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혼자 사는 청각장애인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때론 가족이나 지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로운 이동과 자기주도적 삶이 소중한 만큼, 소리로부터의 단절은 심리적·사회적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보청견의 정의와 역할

**보청견(hearing dog)**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도우미견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소리를 감지하는 것을 넘어, 특정 소리와 연계된 행동을 표시하도록 훈련됩니다. 대표적인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화벨 → 주인의 손이나 다리를 발로 가볍게 두드려 알림
  • 초인종, 문 두드림 → 주인을 문 앞으로 인도
  • 알람, 전자레인지 완료음, 아이 울음소리 → 정해진 행동으로 알림
  • 차량 경적, 기차 진입 경보 →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위험 구역에서 벗어나도록 인도

훈련은 보통 생후 8~12개월에 시작, 6개월~1년간 소리 분별, 행동 연결, 공공예절, 사회화 훈련 등을 거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보청견은 감정 인식능력까지 키우며, 주인이 놀라거나 불안해할 때 차분하게 안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즉, 보청견은 기계적 수신기 이상의 존재입니다. 그들은 주인과 교감하며,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정서적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 및 보청견 훈련과정

1) 실제사례

  • 서울에 거주하는 B씨(청각장애 1급)는 보청견 ‘루비’와 함께 살면서 “문 두드림이나 초인종을 놓치지 않게 되고, 외출할 때도 훨씬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 C씨는 “아이가 울 때 보청견이 달려와 다리에 손을 대고 끌어내 침대 옆으로 이끌었다”며, “그 덕분에 알람이나 아기 울음 소리를 놓치지 않아 육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2) 훈련과정

보청견 훈련은 일반 반려견의 훈련을 넘어섭니다.

  1. 소리 분별 훈련 – 각 소리를 듣고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에 익숙해지기
  2. 행동 연결 – 소리에 맞는 행동을 즉시 실행하도록 조건 형성
  3. 사회화 훈련 – 공공장소, 낯선 사람, 교통 환경에 무난히 적응
  4. 정서 교감 훈련 – 주인의 감정 변화를 인지하고 안정시키는 행동 학습

이처럼 훈련은 소리 인식 + 행동 반응 + 정서 변화 감지까지 복합적으로 이뤄지며, 약 6~12개월이 보통 소요됩니다.

한국의 보청견 제도 및 지원 현황

한국에는 아직 보청견 제도가 걸음마 단계입니다.

  • 훈련 기관 수는 전국에 몇 곳에 불과하며, 양산된 개체 수도 적습니다.
  • 비용은 개인 또는 민간기부에 의존하며, 공적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 법적 지위가 모호해 공공장소나 교통수단에서 보청견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30일, 대전 서구의 한 식당에서 청각장애인과 함께한 보조견 입장을 식당 직원이 “애완견”이라며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경찰관조차 “애완견 데리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했고, 청각장애인이 보건복지부 발급 보조견 표지증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위반으로 과태료 대상이며, 사회 전반의 보조견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공장소 권리 보호가 시급함을 보여줍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이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식당 이용 시 정당한 사유 없이 동반 출입을 거부할 수 없으며,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보조견 동반 출입을 법으로 보호하지만, 주로 안내견 중심의 인식과 제도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어 보청견에 대한 실질적 보호는 부족합니다. 현재 법률상 보조견은 포괄적으로 인정되지만, 사회 현장에서는 시각장애 안내견 외의 보조견(보청견 포함)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수용이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

 

보청견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심 필요성

 

보청견은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귀’이자, 함께 세상을 연결해주는 정서적 동반자입니다.
이들의 존재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인권과 자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법·제도 정비: 장애인 복지법에 ‘청각보조견’ 항목을 신설하고, 공공장소 출입 규정을 명문화
  2. 재정 지원 확대: 훈련비, 양육비, 사후관리 비용을 국가·지자체가 분담
  3. 공공·민간 협력: 지자체, 훈련기관, 의료·복지 기관과 협력 프로그램 운영
  4. 인식 개선 캠페인: “보청견은 애완견이 아닌 일상의 동반자”라는 메시지를 대중에 알림
  5. 사례 기록 및 연구: 효과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

이제 보청견을 단순한 도우미견이 아닌, 청각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로 보고, 사회 시스템 속에서 함께 성장하도록 도울 때입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제도적 변화가 모이면, 보청견과 청각장애인이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